* 세계를 위해 우리가 일합니다. 도로변에 설치된 야립 간판의 표어란 그런 것이었다. 정갈한 글씨 곁에서는 환한 웃음을 머금은 정복 차림의 남녀가 주먹을 꽉 쥔 채로 파이팅 자세를 하고 있었다. 작위적인 광고판을 보고 운전대를 잡은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. 웃겨. 조소 섞인 목소리를 조수석의 여성이 타박했다. 애 들어요. 그와 동시에 돌연 차체가 덜컹, 흔들렸다. 세상모른 채 자고 있던 소년이 갑작스러운 충격에 더듬더듬 눈을 떴다. 몽롱한 정신 틈새로 부모의 걱정 섞인 대화가 들려왔다. 또 이러네. 수리를 맡겨야 할까 봐요. 아예 새 걸로 맞추는 건? 나 참, 그럴 돈이 어디 있다고. 은성아, 새 차 갖고 싶지? 저번에 영화에서 봤던 빨간 거 어때? ..